영화 : 링컨
개요 : 드라마 / 전쟁
러닝타임 : 150분
개봉 : 2013.03.14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이브라함 링컨), 조셉 고든 레빗(로버트 토드 링컨) 등
등급 : 12세 관람가
인생은 판단의 연속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 순간의 판단은 과정을 거치며 특정한 결과로 이어진다. 판단의 순간과 과정, 그리고 결과 중에서 대부분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결과’일 것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처럼 과정보다는 결과가 기록되는 세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링컨>에서 주목할 만 한 부분도 바로 이 ‘결과’와 ‘과정’에 관련이 있다. 영화 속에서 링컨은 성인군자라거나, 이상적인 모습만을 가진 지도자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특히 노예제 폐지라는 결과를 위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법안의 통과 기준까지 모자란 표를 상대편 의원을 새로운 직장으로 매수하는 것이 그 예다. 링컨은 결국 이러한 정치적 거래를 통해 노예제 폐지라는 결과를 달성했다. 이 영화를 보고 정치인 안철수씨는 "링컨이 어떻게 여야를 설득하고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고해 일을 완수해냈는가. 결국 정치는 어떤 결과를 내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감명 깊게 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 속 링컨의 모습처럼 사회 내 많은 집단 혹은 단체의 결정권은 리더에 있다. 즉 리더의 판단이 집단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화 <링컨>에서 링컨도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리더’의 위치였다. 링컨은 자신의 판단에 의해 다소 부정한 과정까지 동원하며, 노예제 폐지라는 결과를 이끌어낸다. 물론 노예제 폐지가 인륜적으로 마땅히 해야 했던 일이고, 지금 평가했을 때 긍정적인 사건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 과연 실제로 결과가 과정보다 중요하고 우선할 수 있는 가치일까?
개인적으로는 당시 긍정적인 결과라고 ‘예상’되는 일을 위해 부족한 표를 부정한 방법으로 확보한 과정이 정당화 될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이 든다. 만약 노예제 폐지가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하여 미국의 경제, 정치적 붕괴로 이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노예제 폐지를 부정하게 이끌어낸 링컨은 현재 다르게 평가되고 있을 것이다. 절차적 공정성을 거치지 않은 노예제 폐지의 결과가 달랐다면 링컨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뛰어난 리더이자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 중 한명으로 꼽히는 링컨의 선택에 대해 비판적으로 우선 서술한 이유는 그의 리더십을 맹목적으로 배우기보다는 취사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성향을 스스로 파악해보면, 나는 다소 남의 눈치를 보거나 타인의 시선, 평가를 신경 쓰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좋은 것이 좋은거지’라는 식의 삶을 살아왔다. 심지어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거나 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소 소심하고, 과정의 하나하나를 다 신경써가는 성격인 나에게 링컨의 노예폐지 사례를 적용한다면 부작용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나라면 부정한 방법으로 표를 매수하는 방법도 시도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만일 그렇게 해서 노예 폐지를 이루어 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의 찜찜함 때문에 혼자 이런 저런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물론 남이 뭐라고 하던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링컨의 확고한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배울점이 많다. 특히 나와 같은 성격의 사람들은 어느정도 남의 눈치를 덜 보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연습을 요하기도 한다. 다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절차적 공정성을 갖춘 상태에서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일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절대로 절차적 공정성을 갖출 수 없고, 부정한 방법을 도입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없다면? 그렇다면 나는 내가 지향하는 점을 포기할 것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주장하는 것까지가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행위를 할 때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다 각자의 사고로 자신의 행동이 옳고,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흔히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쓰여 진다고 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개인 혹은 집단 중 어느 쪽이 ‘승리’할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부정한 방법’ 그 자체는 언제나 악역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굳이 그 가능성을 택하지 않겠다.
리더십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리더의 덕목이 꼭 하나의 정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로 다원화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더십 유형이자, 가장 배워 적용하고 싶은 리더십 유형은 ‘서번트 형’ 리더십이다. 자신이 앞서서 이끌어가기 보다는 주변 인물을 띄워주며 팀 전체의 시너지를 이끄는 리더십 유형이다. 방송인 유재석 씨가 서번트 형 리더십의 대표 예라고 할 수 있다. 서번트 형 리더십은 내 성격과도 가장 잘 부합할 뿐 아니라, 실제로 내가 팀 리딩을 할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끌어간 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서번트 형 리더십으로 나를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한 것도 어느정도 사실이다. 한편 영화 <링컨>을 통해 링컨의 리더십에 대해 접한 만큼, 그의 리더십의 장점 역시 나에게 잘 녹인다면, 나의 리더십에 한 단계 성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리더십 유형을 ‘서번트형’리더십에 국한하기보다는 다양한 리더십 유형을 접하며 나만의 색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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